비전회원권거래소

어릴 적 밀란 쿤데라의 “느림” 이라는 책을 탐독한 적이 있다. 신속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삶에 하나의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누리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시간에 대한 여유로움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현대를 사는 사회인에게는 접근성 혹은 가까움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골프회원권 시장, 그중에서 법인회원권은 그 가까움의 미학에 대단히 충실한 편이다. 비즈니스라는 것은 곧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년 전 글로벌 위기 이후 골프회원권 시장이 위축되었어도 수도권 근교의 골프장 회원권은 꾸준히 거래되었고, 수요도 메마르지 않았다. 이는 효용에 가치를 두는 법인회원권의 특성상 경기 위축에 따라 예산 규모가 축소되었을지라도 필요성은 상실되지 않기에 그러하다. 현재 골프장의 난립으로 골프회원권의 존재감 자체에 의문을 품는 측면이 생긴다 할지라도 수도권 근교에서는 그 얘기는 예외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신규 분양시장에서 경기도 광주나 용인권이 없는 것 또한 진입장벽으로 더 이상의 공급이 불허할 것임을 반증한다. 새해부터 계속된 수도권 근교 골프회원권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더 이상의 급락은 없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지방권은 골프장의 증가로 전망은 우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단 근처 혹은 신규로 대규모 공장이나 본사와 사업부가 이전하는 곳의 주변부 골프장은 꾸준한 수요 창출로 장밋빛 전망도 가능하다. 즉 수도권이든 지방권이든 기업이 밀집된 곳의 근거리 골프장은 앞서 언급했듯이 접근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은 설 명절 연휴가 길고 날짜 수도 짧기에 어느 달보다 거래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월의 동향이 그 해의 전반적인 패턴을 암시하는 복선이기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비해 법인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늘었고 개인 또한 투자나 이용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수요가 일정하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올해 시장에는 부정적인 시각 보다 긍정적인 그것이 더욱 우세하다. 그리고 증시의 활황과 우리 기업들의 우수한 실적, 전세가격 폭등을 시발점으로 부동산 시장의 훈풍이 더해진다면 법인과 개인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골프회원권 시장은 재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문가들도 더 이상의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상승에는 대부분 찬성이지만 급등에는 이견을 보인다. 경기침체의 골이 너무 깊고 3년 전 글로벌 위기의 공포감에 따른 개개인의 심리적 위축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기에 급등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대선이라는 우리나라의 축제(祝祭)가 있으므로 그것이 우리 기업들의 긍정적인 실적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는 급등의 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워크아웃되는 기업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유사 이래 최대의 실적 고공행진으로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내년에 대선으로 정부에서도 대대적인 규제완화와 새로운 경기부양정책이 쏟아진다면 3년 전의 공포감이 사라지고 시중에 유동성이 확보되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건설 경기이다. 국외를 대상으로 하는 건설업체들은 그렇지 않지만 국내 아파트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업체들은 현재 미분양의 증가로 자금 사정이 어렵다. 분양이 완료되지 않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금일 뉴스에도 전세대란에 “전세난민” 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써가며 전세로만 몰리는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아직 위기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 매수를 하지 않고 전세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의 오래된 법칙인 “전세가가 상승하면 매매가가 올라간다” 는 명제가 성립한다면 계속되는 전세난에 그 수요가 매매와 분양으로 돌아설 것이다. 왜냐하면 전세난에 수요는 증가하는데 전세 물건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시장의 논리상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근소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수요는 필연적으로 매매와 분양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렇게 된다면 국내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며 분양 시장의 회복으로 건설사들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예전처럼 호황이 돌아온다고 하여도 앞으로 골프회원권 시장에 모두 다 긍정의 법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회원권의 빈익빈 부익부가 공고해져서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다. 즉 법인회원권은 더욱 접근성이 관건이 될 것이고 그것에 기인하여 확실히 서열화가 진행될 것이다. 어차피 회원권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법인이기에 그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요즈음 골프장들이 거의 다 서비스 측면을 강화하고 있으니 더욱더 거리적 부분이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서 비켜난 골프장들은 철저하게 시장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주)비전회원권거래소 법인사업부 과장 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