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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주인이 누구인가?

얼마 전 지방에서 근무하다 서울 본사로 인사발령이 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나는 서울에 있고 그는 지방에 거주하니 서로 못보고 지낸지가 오래였는데 간만에 보게 되니 옛날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지방에서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기다보니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집 때문에 고생이 심한 듯 했다. 왜냐하면 지방에 있는 집은 전세가 나가지 않아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고, 서울에서는 전세난에 물건을 구하지도 못하고 현재는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로 월세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지방에 전세가 언제 나갈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집주인도 형편이 좋지 않고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 언제 돌려받을 지 알 수 없으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따라 억지 춘향으로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함께 살아야 가족이지 떨어져 살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요즈음 회원권업계에서는 골프장들의 입회보증금 반환 문제가 단연 화두이다. 제주지역 모 골프장은 입회금 상환능력이 없어서 회원들과 소송 중에 있다. 타 지역의 몇몇 골프장도 앞으로 입회금 반환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입회금보다 시세가 높으면 문제가 없지만, 시세가 입회금 이하로 하락했을 때 회원들의 반환 청구로 인해 몇몇 골프장은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회원권 수요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입회금이 무서워 골프장 회원권 구입을 망설이지만 그렇다고 매수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따라서 앞으로의 회원권 시장은 골프장의 모기업 즉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골프회원권 시세의 등락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골프장을 경영하는 모기업의 재정건전성이 시세를 좌지우지할 수 밖에 없으리라. 왜냐하면 입회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골프장은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재정적 안정감이 시세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수도권 시장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금도 전체적인 회원권 시장은 하락세이지만 재정상태가 건전한 골프장의 회원권은 시세의 큰 하락세 없이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매도·매물이 없어 상승한 회원권도 있다. 이러한 골프장은 모기업의 재정 건전성이 우수하여 입회금 거치기간에 상관없이 언제든 즉시 반환이 가능한 것이 수요자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한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재정 건전성이 우수한 골프장 모기업들은 입회금 반환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위해 풍부한 유동자금으로 더욱 골프장 재투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서비스가 강화되고 시설 및 제반여건이 훌륭하다면 굳이 회원들이 탈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탈하는 수요가 없다면 시세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회원권시장에서 대접받을 것이다.

반면에 입회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골프장 모기업들은 유동자금 또한 그러하기에 추가 분양을 통한 자금회수로 입회금 반환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회원수는 더욱 늘어나므로 골프장의 퀄리티는 자꾸 낮아지고 탈회하려는 회원의 증가로 시세는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회원권 시장에서 골프장 모기업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 질 것이다. 현재 국내 골프장은 접근성과 주말 부킹 횟수가 회원권 시세 반영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위는 신설되는 고속도로나 신규 골프장에 의해 적절히 변동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골프회원권의 구입의 최우선 판단기준은 골프장의 접근성, 주말부킹, 회원특전 보다 그 골프장의 입회금 반환 능력 즉 재정상태의 안정성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비전회원권거래소 법인사업부 과장 이지훈